[취재노트]친구와 정치, 우정과 진심

2013. 4. 19. 00:00오피니언

[취재노트]친구와 정치, 우정과 진심

 

#1. 우정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나에게는 대학에서 만나 가족을 알고 고향집에 가면 반갑게 맞아줄 정도의 친구가 있다. 나와는 고향도 다른 친구로 이제 10년 지기가 됐다. 2008년 기자가 된 나에게 친구는 전화를 걸어왔다. 당시 조금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했던 친구는 자주 전화를 못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축하를 건넸다. 가끔 친구의 친척 동생과 만나면 "너랑 더 친한 것 같다"며 핀잔 아닌 핀잔을 주기도 했다. 공직과 사업을 고민하던 친구는 진로를 바꿔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그 선택이 내 일보다 반가워서였는지 당시 약속을 모두 미루고 그 친구를 만난 기억을 떠올려본다.

 

#2. 우정엔 금이 가기도 하나 보다. 안철수 교수 측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6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이 불출마를 종용하며 협박했다'는 주장을 했다. 협박의 당사자는 금 변호사와 친구라고 밝힌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이었다. 이날 정 공보위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연신 '태섭이'를 거론하며 '친한 친구'라고 이야기했다. 친구 간의 이야기였다는 의미다. '태섭이와 준길이'가 친구였다면 그 우정에 커다란 금을, 그것도 공식적으로 만들어버린 사건이겠다. 이날 새누리당은 정 공보위원이 대선기획단 소속이 아니라 공보단 소속이라고 강조했다. 대선기획단과 공보단은 다르다고 선을 그으며 박근혜 후보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3. 우리는 오래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을 친구라고 한다. 숫자의 나이를 넘어 정신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사이는 쉽게 이뤄낼 수 없는 영역이다. 진정한 친구라면 나이가 들수록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16일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끊고 싶었다 하더라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그의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자서전 <운명>에서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는 말을 남긴 문 후보의 마음은 친구에 대한 몫일 것이다. 이제 문 후보의 앞에 놓인 두 개의 큰 산을 돌파하는 방법은, 친구의 정치에서 배웠던 우정의 진심으로 풀어나가면 어떨까.

 

(기사 =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91557)

 

/조문식 기자

 

(2012년 9월 19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