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한국정치 속의 진보와 보수

2013. 4. 18. 23:52오피니언

[취재노트]한국정치 속의 진보와 보수

 

한국 정치에서 진보라 부를 수 있는 영역은 한계가 분명하다. 국가보안법이라는 '법 속의 법'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진보적 입장이란 단지 중립에서 보수적으로 어느 정도 치우쳤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민주주의 발전과 발맞춰 한국 정치가 점차 성숙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진보적이지 않은 행위는 그 발전을 더디게 하는 장애물이 된다.

 

통합진보당이 19대 국회에서 사상 최대 의석 확보라는 쾌거를 확인한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비례대표 부실·부정 논란으로 촉발된 당내 파벌 다툼은 이념을 떠나 구태정치 답습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계파 간 갈등과 검찰의 수사에 격렬한 반대를 표하는 것은 역으로 진보의 분열을 바라는 집단의 정치적 관점에서 좋은 먹잇감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는 진보 진영뿐 아니라 진보정치 세력 전체의 신뢰까지도 저해하고 있다. 정직이라는 진보의 기본 이상과 비교할 때 지금 사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표가 아닌 정치 세력화에 골몰하는 이권 집단처럼 인식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분열하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토양이 되겠다는 내부 혁신이 필수적이다. 자칫 분당으로 이어져 새로운 진보정당과 경쟁하거나 흡수될 경우 통합진보당의 지향 가치 역시 현실사회에 반영할 수 없게 된다.

 

보수 집단이 부패로 인한 지적을 당하는 것처럼 진보의 세력화는 분열이라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만 강요하기보다 보수 진영 등 다른 정치 입장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는 민주적 절차에만 치중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진보의 보수화로 낡은 진보로 퇴보하기 전에 자정을 위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당 중앙위원회 폭행 사태 등으로 민심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기존을 답습하거나 세력화하는 일차원적 정치 행태를 버려야 한다. 민주주의 원칙과 가치라는 기본에 충실한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단순히 운동집단이 아닌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역할은 재창당에 가까운 전면적 혁신이 동반될 때 가능하다.

 

(기사 =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80630)

 

/조문식 기자

 

(2012년 5월 23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