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유리정치와 거울정치

2013. 4. 18. 23:46오피니언

[취재노트]유리정치와 거울정치

 

건물의 현수막이 펄럭이는 모습을 보며 선거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한쪽 벽면을 덮을 만한 현수막에는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고자 환하게 웃는 후보자 사진과 이름이 멋스럽게 적혀 있다.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후보자들의 태도는 일면 당연하지만, 식당이나 시장 등에서 들리는 '현실 유권자'들의 목소리와는 사뭇 차이가 난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생활하기 어렵다는 아우성 앞에서 후보는 현실 문제를 극복하겠다며 환하게 웃지만 식당이나 시장 등에서 들리는 유권자들의 목소리와 후보와 악수를 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판이하다.

 

현수막이 내걸린 건물의 창들은 가려졌다. 건물 내면의 세상을 그나마 사실적으로 보여주던 유리창이 현수막에 가려진 것처럼 후보자 개개인의 욕망 역시 얇은 포장 안쪽으로 숨겨지고 있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선택한다는 중요한 순간에 유권자들의 볼 권리가 침해받는 현실이다.

 

각 후보가 현수막에 가려진 유리처럼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보여주지 않는 정치 구태는 이제 접어야 할 때다. 후보자 스스로 자신의 신념을 믿고 정직하게 일할 수 있다면, 당선된 후에도 초심을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굳혀야 한다. 너도나도 큰 사진과 큰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어필하지만, 현실의 한국정치는 당당하지 못하다.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현수막이 아닌 현수막에 막혀 보이지 않는 유리창의 의미를 생각할 때다.

 

못하겠으면 차라리 더 잘할 것 같은 후보에게 양보하는 미덕도 필요하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겠지만, 이는 패배가 아닌 실질적 승리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유리라고 해서 반대편을 완벽하게 보여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맑은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정도로 깨끗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그런 후보를 보고 싶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외모와 정치력을 어필할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진정성이 없으면 결국은 또 하나의 정치꾼이 만들어질 뿐이다. 이제 거울 정치에서 한 발 나아가 유리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고민을 할 때다.

 

(기사 =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74127)

 

/조문식 기자

 

(2012년 3월 14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