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정치인의 말과 글

2013. 4. 18. 23:38오피니언

[취재노트]정치인의 말과 글

 

정치인 하면 말 바꾸기와 거짓말쟁이라는 인식이 대중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18대 국회의 모습에서만 보더라도 입맛에 따라 말을 바꾸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역대 지도자들에게도 발생했다. 물론 상황이 유동적이라는 특성상 정치인들의 말도 상황에 맞게 수시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정치 자체가 시작과 끝의 한계를 찾기 힘든 유동적인 부분임은 중요하다. 반면, 이러한 기본적 상황논리에만 집착하는 정치인들이 문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뿌리가 깊다. 제1공화국 시절 '국부' 이승만 대통령은 1950년 6·25전쟁 당시 서울을 빠져나간 뒤 자신이 서울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서울 사수'를 외치는 방송을 내보냈다. 전쟁이라는 긴박한 상황에서조차 정치인들의 말은 문제성을 보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 5·16쿠데타 직후 이른바 '8·12 성명'을 통해 민정이양을 공약했지만, 결국 "다시는 나같은 불행한 군인이 없기를 바란다"는 말을 핑계로 정권을 잡았다. 전두환 신군부 세력은 어땠나.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 공산당 배후설'로 '폭동'이라 강조했지만, 오늘날 거짓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필요로 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는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쌀 개방을 막겠다"는 말의 결과로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얻었다.

 

요즘도 정치인들의 말에는 거짓이 넘쳐난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 기자회견을 통해 '이해'를 당부했지만, 지역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국회 비준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비공개 강행처리라는 악수로 통과됐다. 지역에서는 창원시 통합 이후 청사 문제와 분리 운동 등이 나타나지만, 해당 지역구 의원들은 내년도 총선을 의식해 적절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할 말은 못하면서 말 돌리기는 잘하는 형국이다.

 

윗물이 맑아져야 아랫물이 깨끗해지는 법이다. 크고 작은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가 매번 정당화되기는 힘들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시사 풍자를 비판했다 대중의 비난을 한 몸에 받은 정치인의 사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이유겠다.

 

(기사 =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65276)

 

/조문식 기자

 

(2011년 11월 30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