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영화 '도가니'와 김보은 사건

2013. 4. 18. 20:32오피니언

[취재노트]영화 '도가니'와 김보은 사건

 

최근 개봉한 영화 <도가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아니, 뒤늦은 분노의 표출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이처럼 성과 관련된 범죄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 예로 지난 1992년의 '김보은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김 씨가 아홉 살부터 13년 동안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오다 남자친구와 함께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었다.

 

정당방위의 주요 판례로 기록된 이 경우 1심 재판에서 김 씨가 징역 4년, 그의 남자친구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5년으로 감형되며 이례적으로 아버지를 살해한 김 씨를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적구제를 금지하는 원칙론과 아버지에게서 어린 시절부터 성폭행을 당해온 김 씨의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다 전례 없는 판결로 김 씨를 사회로 돌려보냈다. 이는 가정 내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시켜 1994년 '성폭력 특별법'이 제정되는 데 큰 영향을 가져왔다.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 된 청각장애 아동시설인 광주 인화학교의 경우도 그렇다.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그것도 그들을 바르게 자라도록 교육하고 지켜야 할 교직원들이 행한 짓이라는 사실이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국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학교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고, '도가니법'(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필요성 역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도 뒤늦게 재수사에 들어가는가 하면, 교육 당국은 전국 41개 장애아 특수학교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피해자들은 우리 사회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척이며 이웃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우리 사회의 빚으로 돌아온다. 조두순 사건과 김길태 사건 등 사회적 경종을 울린 사건은 계속 발생하지만, 현실에서는 꾸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보호시설 뿐 아니라 정신병원, 교도소 등에 대한 관리는 물론 소년·소녀 가장 등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시점이다. 잠깐의 관심이 아닌 인권 유린을 막을 근원적 해결책이 강구돼야 할 이유다.

 

(기사 =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60214)

 

/조문식 기자

 

(2011년 10월 5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