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한미 FTA와 정치 쇼

2013. 4. 18. 23:35오피니언

[취재노트]한미 FTA와 정치 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대하는 정치인들의 표정이 4년 만에 극단적으로 변했다.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이 했던 말을 한나라당이 반복하고 있다. 또, 당시 한나라당이 반대했던 말을 민주당이 주장하는 형국이다.

 

참여정부 시절 한미 FTA에 관해 한나라당은 당시 열린우리당의 '한미 FTA 추진 필요성' 주장에 대해 반대했다. 지금 한나라당은 당시 열린우리당의 입장을 도입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한미 FTA의 최대 쟁점인 투자자-국가 제소제도(ISD)에 대해 '한국의 사법주권 전체를 미국에 바친 것'이라며 맹비난했지만, 지금은 '강행처리까지 고려'라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어떤가. 그는 ISD에 관한 우려에 대해 '기우'라고 표현했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경기도지사에서 퇴임한 이후인 2007년 4월 FTA 협상 타결 소식에 '조속한 비준'을 주문했지만, 민주당 대표직을 맡은 후 '미국 비준과 한국 국회 처리는 별개'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동영 최고위원 역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열린우리당 시절 '한미 관계의 기둥'이라고 찬성했던 그 역시 지금은 한미 FTA에 대한 문제의식 등 입장 변화를 드러내며 전면에 나서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치인의 말은 여야가 똑같다. 18대 국회 마지막까지 정치인들은 반복되는 말싸움과 명성 챙기기에 급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회 주변은 경찰력으로 둘러싸였다. 그 속에서는 정치인들의 입맞춤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G20 정상회담 전후로 한미 FTA에 대해 한국 국회 역시 '통과'로 가닥잡을 전망이다. '정의를 위해' 국회에서 맹렬한 싸움이 진행 중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변한 것은 정치인들의 입장 차이 뿐이다.

 

물론, 당시와 현재의 한미 FTA 관련 내용 가운데 변경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야 모두 국익은 뒷전이고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말 바꾸기 한다는, '정치~쇼'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기사 =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62766)

 

/조문식 기자

 

(2011년 11월 2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