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눈치작전

2013. 4. 18. 20:05오피니언

[취재노트] 눈치작전

 

삼성과 LG의 서류전형을 모두 통과했다고 좋아하던 한 후배가 지난 19일 전화를 걸어왔다. 두 곳 모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그는 두 기업이 20일 비슷한 시간에 인·적성 검사를 하면서 어느 기업의 시험에 응시할까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처럼 살다 보면 선택을 놓고 고민을 해야 하는 일들을 종종 경험할 수 있다. 고등학교를 선택해 입학시험을 보고,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는 등 끊임없는 고민과 선택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주변의 경쟁력과 자신을 비교하는 등 '눈치작전'을 감행한다. 이는 비단 일반적인 삶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닌 듯하다.

 

요즘 정치권에도 눈치작전이 대세다. 동남권 신공항이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 굵직한 사업의 유치를 놓고 정치권은 요동치고 있다.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눈치작전은 기본이다. 혹여 다른 지역에서 선수를 칠 수 있다는 우려에 주변 의원들과 눈치작전도 벌인다. 이어 실제 결과를 발표할 정부와의 눈치작전 등 '다양한 눈치작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 선거에서도 눈치작전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 풍향계로 인식되는 4·27 재·보궐 선거에서 상대팀 눈치 보기는 특히 심해진다. 여권 입장에서는 김해 을 지역 확보를 위해 현장 민심까지 확인하고 판단하겠다며 공을 들이고 있다. 야권은 김해 을 등은 이미 민심을 얻었다는 판단에서인지 짐짓 담담해하며 후보 선출을 가속화하는 등 앞서나가는 모습이지만, 내부적 균열도 나타난다. 야권 입장에서도 결국은 4개 정당이 후보 단일화를 놓고 서로 눈치를 보며 작전 세우기로 바쁘다.

 

원하는 것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면, 서로 눈치를 보고 전략을 짜는 것은 일면 타당하다. 그럼에도, 정작 사업의 필요나 정치인을 만드는 것은 민심임을 간과하는 것 같아 아쉽다. 정치든 행정이든 그렇게 눈치 따라 잘 운신하면서 어찌 대중은 아무것도 모를 거로 생각할까. 민심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그거슨 진리'다.

 

(기사 =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43246)

 

/조문식 기자

 

(2011년 3월 23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