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큰 싸움 속에서 새 나가는 혈세

2013. 4. 18. 19:57오피니언

[취재노트] 큰 싸움 속에서 새 나가는 혈세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FTA가 경제 도약의 기회"라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은 사실상 한국의 일방적인 양보로 타결됐음에도, 이는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특히, 협정문이 발효도 되기 전에 수정하는 '나쁜 선례'까지 남겼음은 문제다. 이번 재협상 타결은 한·유럽연합(EU) FTA에도 영향을 미쳐 EU가 자동차 분야의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는 연평도 사태의 충격으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국회 내 4대강 논란에 기름을 부으며 새로운 충격파를 전했다. 여야는 결국 정기국회의 회기를 어겼고, 임시국회를 열어야 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4대강 예산 문제만으로도 바쁜 시기에 동시다발적 연타로 국회의 예산 심의는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했다. 새로운 사업, 급박한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올라오는 예산안들은 충실한 심사 없이 무사 통과되고 있다.

 

그 사례로 지난주 법무부는 새로 개청하는 '창원지검 마산지청'의 인력들을 위해 관사가 필요하다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예산을 신청했다. 한 채에 1억 7000만 원짜리 임대아파트 17채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조정할 수 있으면 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의 혈세를 '조정할 수 있는' 사안에 무조건 끼워 넣고 본 것이다.

 

경남 의원들은 연말 냉각된 정치권 속에서 지역 사업에 대한 예산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한 획'을 긋기 위한 눈도장 찍기다. 지역민들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적 성과' 위주다. 이를 역으로 보면 다른 지역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지역별로 예산 쪼개 먹기에 들어간 것이다. 눈먼 예산은 먼저 먹는 게 임자로 보일 정도다.

 

큰 싸움 속에서 이슈화되지 않은 수많은 혈세는 이렇게 새 나가고 있다. 정치에 관심이 많건 적건, 국민이 낸 세금은 정치인들의 축제자금이 아니다. 국민성, 애국심 등 화려한 수사로 민심을 현혹하는 행태는 수정돼 마땅하다. 새해에는 어지럽게 늘어진 정치권 현안들 속에서 국민과 정도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한 마리 아름다운 나비를 찾고 싶다.

 

(기사 =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34275)

 

/조문식 기자

 

(2010년 12월 8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