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로비'없으면 정치 못하나요?

2013. 4. 18. 19:55오피니언

[취재노트]'로비'없으면 정치 못하나요?

 

우리말 가운데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는 속담은 참 좋은 의미로 다가온다. 인간관계의 정과 사람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겨움이랄까. 그러나 역사를 보면 정치에서 이 속담을 따랐다가 한순간에 낭패를 당하는 사례는 적지 않았다. 정치는 생물이고, 역사는 반복되는 법. 2010년 11월, 대한민국은 '오고가는 정'을 받았다가 불안에 떠는 정치인들이 꽤 많아질 전망이다.

 

대정부 질문 기간을 맞은 지금, 정치인들은 혹여나 자신이 거명될까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지난주 태광그룹 로비사건과 C&그룹 금융·정치권 로비사건 따위로 시끄러운 가운데 이번에는 전국 청원경찰 친목협의회(청목회) 수사까지 불거졌다. 청목회의 국회 입법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정치권은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나 로비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이 해당 의원실 보좌진에 대한 줄소환을 예고하면서 국회 의원회관은 초긴장 상태다.

 

물론 태광이나 C&그룹의 로비가 기업주의 사업 확장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고, 청목회 사건은 청경들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정치인들이 자신의 힘을 악용하면서 정도를 어긴다는 건 수긍하기 쉽지 않다. 특히 소방 설비 업체 납품 비리와 관련, 소환조사가 계획된 상태인 지역 국회의원이 확인되는 등 경남권도 로비에서 자유롭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사건 '몸통'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이처럼 청와대도 로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걸 보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다.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일 "단 한 개의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다"고 강하게 부정하는 등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너무 깨끗한 것도 좋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로비를 정치의 수단으로 당연시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는 가지 말라는 옛말도 있지만, 이를 현실정치에 적용하기도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요즘처럼 '터지는' 시기에 좌불안석인 정치인들은 스스로 돌아보며 자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기사 =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31229)

 

/조문식 기자

 

(2010년 11월 3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