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개천에서 용이 나기 힘든 세상

2013. 4. 18. 19:53오피니언

[취재노트]개천에서 용이 나기 힘든 세상

 

주민등록 인구가 처음으로 5000만 명을 넘었다. 그 중 서울 인구만 1000만 명 이상이다. 물가는 자꾸 오르고, 생활은 더 팍팍하다. 이는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온 대학생들에게는 슬픈 소식이다.

 

서울의 대학 주변에는 ~텔들이 유난히 많다. 잠시 쉬어가는 곳이 아닌 학생들을 위한 고시텔, 리빙텔 등이 그곳이다. 한 달에 20만~40만 원 사이인 고시원들이다. 2평 남짓한 방은 고시생이 아닌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로 가득하다. 그나마도 등록금이 연간 1000만 원이 넘어서면서 학생들은 방값조차 버겁다.

 

밥값은 또 왜 이리 비싼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500~2000원이면 배불리 먹던 학교 식당들마저도 이젠 외주업체에 하나씩 자리를 내줬다.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은 점점 열악하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서울로 오려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김태호,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 등 요직에 올라선 이들 대부분이 서울의 주요 대학 출신이다. 지역 출신들은 열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하다. 정부가 지역대학 육성정책을 편다고는 하지만, 그 정책의 행보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밥 먹다 울던 후배가 생각난다. 생활비 때문이다. 파트타임으로 일할 곳도 좀체 찾기가 힘들단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힘내라는 말과 헤어질 때 용돈 몇만 원 쥐여주는 것밖에 없다.

 

서울 집에서 학교 다니는 친구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로 유학하기란 얼마나 힘든지. 총장 가운데는 대학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도 있다. 혹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내고 공부하는 게 뭐 잘못이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물론 그들의 주장도 들어볼 필요는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격하게 써 내리는 이유는 그들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말은 하면서도, '도서관에 앉아 토익 공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인 까닭이다. 밟고 올라서면 되겠지, 지금 힘들지만 졸업하면 나아지겠지. 이런 말들은 지엽적이다. 오늘은 유난히도 울던 후배가 생각난다. 학비가 없어 휴학 후 회사에 취직했지만, 복학하지 못해 제적당한 후배도 생각난다.

 

(기사 =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28149)

 

/조문식 기자

 

(2010년 9월 29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