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나비

2010. 12. 12. 17:44오피니언


조 문 식

화려한 조명 아래서 나방들이 축제를 벌인다. 정치권 속의 나비가 아닌 나방들. 불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은 날개 짓 파닥이는 슬픈 존재다. 그 역시 나비와 같은 꿈을 꾸며 조명등을 부둥켜안고 이루지 못할 사랑을 한다. 나비는 햇살에 집을 짓고 꽃과 사랑하는데, 나방이라고 그러고 싶지 않겠는가.

그나마 나방은 통조림 속 번데기들보단 낫겠다. 아름다운 실크를 만들 수 있지만, 정작 창공을 향한 몸짓 한번 하지 못하는 슬픈 존재들. 이는 대다수 현대인들의 모습과 일견 비등하다. 번데기들은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 불통사회에서 오늘도 살아간다. 정치판의 나방과 나비들 모습은 그저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나방이라고 욕심이 없겠는가. 나비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신해 훨훨 날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지 모른다. 나비와 나방의 차별은 언론에서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나비가 나방으로, 나방이 나비로 그려질 때의 슬픔이 있다. 현실은 나방을 나비로 느끼고픈 번데기들이 많음을 생각한다. 이는 연달아 터진 정치권의 로비의혹들, FTA공방 등을 지나면서 현혹됐음에 자괴감을 느끼는 번데기들의 아픔으로 돌아온다.

힘겨워하는 번데기들이 있는 새로운 아침, 힘겹게 날아오르는 나비들의 향연. 밝은 낮 포근한 언덕 속 나비들은 그저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 이들은 진정을 아는 번데기들의 꿈과 희망이 있을 거란 믿음으로 온힘을 다해 가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허무함과 안타까움에 눈물짓는다.

고뇌하는 나비들의 삶처럼, 나방들 속에서 적지만 나비들을 찾는 것은 어쩌면 더 이상 힘들지도 모른다. 아귀다툼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고통을 이겨낸 아름다운 한 마리 나비는 언제쯤 다시 나타날까. 꿈을 꾸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갖지 못할 꿈을 아프게 버리는 것이다.

나방이 아닌 나비를 바라는 번데기들의 마음. 깨달음의 순간을 맞을 이들의 삶은 이토록 허무할까. 그럴 수 없기에, 사활을 건 마지막 순간에 불타는 너를 찾고 싶다. 새해에는 어지럽게 늘어진 정치권 현안들 속에서 번데기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한 마리의 나비를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