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정치권의 입

2013. 5. 23. 10:04오피니언

얼마 전 국회에 있는 A로부터 의아한 이야기를 들었다. B가 C의 험담을 하더라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당시 그 이야기를 해준 A는 'C가 B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A는 말을 이어가며 "앞과 뒤가 다르게 행동하니 그 사람(B)을 믿지 말라"고 조언했다. B는 졸지에 A와 C는 물론 나의 신용까지 모두 잃은 셈이다. 정치권의 입을 무시한 결과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일들이 끊이질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가 입에서 입을 거치며 새로운 이야기로 확대되기도 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정치적 주적으로 변질하기도 한다. 관찰자인 나에게도 이 정도인데 실제 당사자인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오죽하겠는가. 경남권이 포함된 최근 사례는 지난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후보가 된 두 명의 국회의원을 놓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입지 향상 등에 대해 저울질을 한 국회의원은 차치하더라도 앞과 뒤의 말이 달라 구설에 오른 이들이 제법 있다. 이주영 의원과 최경환 의원이 도전한 가운데 둘 모두에게 지지 의사를 표한 의원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처세 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중에는 '왜 저 사람이?'라고 반문할 정도의 인물도 있다.

 

재미있는 일이다. 말이 이슈를 만들고 입에서 입을 통해 정치적 기류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이 너무 정치적으로 행동해 도리어 구설에 오르는 셈이다. 자기편이 누군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에 빠져들면 외로워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단순히 정당이 같고 다름의 문제가 아니다. 당이나 계파가 달라도 인품에 대한 평가는 큰 틀에서 모이게 마련이다.

 

시기와 질투를 넘어 기회주의를 보이는 사람은 정치권의 입을 통해 분란을 유도하고 이용한다. 중요한 것은 그 행위에 대한 화살이 본인에게로 되돌아오면 그 사실을 꼬집어 말해 줄 사람이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정치적 말은 정치권 관계자의 입과 입을 거쳐 왜곡되지만 그 사실을 알려 주는 사람은 그나마 기자다. 정치인의 접경에 선 기자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이 동반한다.

 

(기사 =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14271)

 

/조문식 기자

 

(2013년 5월 22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