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내리는 날

2012. 4. 29. 17:55문화

꽃비 내리는 날

조 문 식



 

올 봄은 유난히 따뜻하다
겨울을 밀어낸 봄은 그렇게 다시 찾아왔다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것도 아니다
사랑스런 여인을 보러 가는 길도 아니다
출근길에, 짧지만 엄연한 꽃길이 있다
차로만 지나가던 그 길을 처음으로 걸었다
가늘게 떠지는 눈
바람에 날리는 꽃잎과
바닥에서 엷게 흩어지는 꼬마 회오리 속의 꽃잎을 본다
귓가를 맴도는 음악소리에 커피 한 목음의 여유가 있다
일하러 가는 길이 아니다
홀로 떠나는 소풍을 즐긴다
길섶에 누워 쏟아지는 꽃비를 맞아볼까
불현듯 두 볼에 떠오르는 보조개처럼
봄날을 만끽하는 작은 행복에 겹다
고개를 들어 나를 찾아온 봄
또 다시 나는 무방비상태로 지금을 즐긴다

 

(글 = 2009년 4월, 사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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