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꽃

2012. 6. 3. 23:42문화

조문식

 

 

 

이른 봄, 나의 정원에서
고목이 미처 움을 틔우기도 전에
흙은 푸른 생명을 토해냈다

 

싸늘한 대기의 흡입이
대지의 생기를 느리게나마
보드랍게 열어주는 때

 

거칠게 고개를 드는 잡초는
때 이른 봄을
홀로 힘차게 맞이한다

 

연약한 존재들은
온기를 회복한 잔디 속에서
하나 둘 꽃을 피운다

 

흙은
무턱대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명의 움직임 속에서
들려오는
씨를 품은 대지의 기척

 

뽑혀지고 베어지는 잡초의 슬픔,
외롭고 슬픈 시간 속
가녀린 존재들이다

 

햇살 좋은 봄날
잔디밭에 누워
그럭저럭 살아남은 잡초꽃을 본다

 

(2012년 5월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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