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2. 14:50ㆍ이슈
국회가 하는 일 중에는 법률 제정·개정권도 포함됩니다. 법치국가에 있어 법률은 모든 국가작용의 근거가 되므로 법률의 제정·개정 및 폐지는 국회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권한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곳이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서 어떤 문제들이 따라왔을까요?
대표적으로 요즘 무더위가 이어지니 ‘폭염’ 관련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습니다. 연이은 폭염 속에서 쪽방촌 거주자 등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뉴스 등으로만 봐서는 상상이 어렵겠지만, 군필자로서 “평범한 일상에서 상상하는 그 이상의 고난”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외부에서 업무가 많은 노동자, 지병이 있는 노약자 등 무척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은 주변에 여전합니다.
국회가 이런 문제를 모르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폭염과 관련해서는 이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자연재난의 범위에 폭염을 추가해 재난·재해를 체계적으로 예방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해 국민의 건강권, 생명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법안이 언제 나왔을까요? 제20대 국회 기준으로만 보더라도 올해 폭염에 맞춰 나온 법안이 아닙니다. 선거(2016년 4월13일) 직후인 2016년부터 발의됐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어 사실상 폭염은 아직 ‘재난’이 아닙니다. 말로만 폭염에 대비하니 예전이나 올해나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입니다.
전기 요금을 조금 낮춰주는 방안을 마련할 테니 에어컨 등을 활용하라는 말도 합니다. 그런데 에어컨이 없는 집이나 무더위에 직접 노출되는 노동자 등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에서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설 공사를 중단하라”는 지시가 나온 사례도 있지만, 수많은 작은 현장에서는 뜨거운 햇빛을 정면으로 마주한 채 일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사실상 무방비로 맞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한파는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다가오는 겨울을 앞두고 우선 “이상저온으로 인한 재해를 재난의 범위에 포함, 냉해 등에 대해 국가가 체계적인 수습 대책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 등도 나왔으니 올해부터는 좀 나아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국회가 제대로 움직인다는 전제에 기초해서입니다.
다른 예로 “물리적·정신적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의료인 인권 침해’ 사례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취객 등에 의한 응급실 의료인 폭행, 간호사 사이의 ‘태움’(간호사 사이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의미합니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입니다.) 등이 사회적 문제로 연일 대두되고 있습니다. 국회에는 당연히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정안도 이미 여러 건 나와 있습니다.
물리적·정신적 폭력으로부터 보건의료인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들 내용을 좀 볼까요? 개정안들은 ▲의료진에 대해 폭행할 경우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상태에서 폭행할 경우 형을 감경하지 못하도록 함 ▲의료기관에서의 진료방해나 의료인 폭행의 처벌내용 중 벌금형을 삭제하고 징역형만을 부과하도록 함 ▲진료방해나 의료인 폭행 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함 ▲보건의료인에 대한 괴롭힘, 폭력, 부당한 업무지시, 성희롱 등 인권 침해 문제 방지를 위한 법률적 방안 마련 등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개정안들이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이것뿐일까요? 엘시티(LCT) 방지법, 소방법, 노동 관련 법 개정 등 해결해야 할 일은 넘쳐납니다. 가만히 두면 이번 국회도 이대로 넘어가게 될 것 같으니 답답해진 대중은 많은 질타를 쏟아냅니다. 하지만, 그래봐야 별다른 변화는 없지요? 정치권 내에도 소위 말하는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이들은 “그리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나 검토해봅시다” 수준의 답을 내놓으면 그뿐입니다. 이해관계라는 건 결국 자기 밥그릇과도 연관된 일이겠으나 잘못된 부분이 관행으로 남아있다면 조금씩이라도 개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야 간 의견 조율이 어렵다는 것은 지극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학창시절 시험문제 풀 때를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해결 가능한 부분부터 처리하고 어려운 문제는 표시를 했다가 나중에 푸는 순서로 말입니다. 사실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법안도 여럿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회의원 세비 인상 등에서 나타난 단결력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법안들도 좀 쉽게 풀리는 부분은 서두르자는 뜻입니다.
물론 열심히 일하는 의원이 많은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일부 인사들이겠지만, 중요한 현안은 제쳐두고 아전인수에만 급급하면 그 피해는 대중이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선거 때 카메라 앞에서 유권자를 만나 얼굴 비추고 악수한다고 소통이 아님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입니다. 국회가 제대로 일해야 할 때입니다. 휴가 기간 재충전하고 열리는 8월 국회는 제대로 일하는 분위기이길 기대해봅니다.
*여름휴가 출발을 앞두고 짧게 적어봤습니다. 연이은 무더위 속에서 모두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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