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미스터리 검사(16) - 함축된 언어

2015. 10. 2. 12:00미스터리 검사

 

 

[팩션] 미스터리 검사(16) - 함축된 언어

##이 변호사와 채은에 대한 주변의 의심

 

잠을 설치고 국회에 나온 한 기자는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 본관을 나와 주변을 서성이는 한 기자의 초췌한 모습을 선배인 우종군 기자는 단번에 알아봤다.

 

“정석아, 피곤해 보여…. 어제 세게 마신 모양이네?”

 

“아니요, 선배. 요즘 밤에 꿈을 자주 꾸네요….”

 

우 기자의 말에 한 기자는 작게 답했다.

 

“어떤 내용인데?”

 

“그냥 아는 사람이 자주 나오는데, 뭔가 알려주고 싶은 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이게 꿈인지 뭔지…. 어제도 꿈꾸고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한 기자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우 기자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야, 뭐 그런 걸로 걱정을 하고 그래…. 아는 사람이면 만나서 한번 물어봐. 꿈에 나왔다고 하면서. 여자야?”

 

담배에 불을 붙인 우 기자는 대단한 일도 아닌 걸로 걱정이라는 투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자세한 상황을 알지 못하는 우 기자의 말에 한 기자는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일단 만나봐. 혹시 알아…. 진짜로 왔다 간 건지. 너 지난번 술 먹을 때 채은인가 누군가 하는 사람 말하다 그만두던데…. 요즘 연애 시작한 거?”

 

우 기자의 말에 한 기자는 조금 당황했다. 술자리에서 짧게 꺼낸 말을 인지할 정도의 기억력이었다. 우 기자의 말에 한 기자는 문득 채은이 정말로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기자실로 들어가는 우 기자를 본 한 기자는 재킷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이한결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날도 전화는 역시 채은이 받았다.

 

“채 비서님, 오늘도 오전이라 직접 전화를 받으시는 건가요?”

 

한 기자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날도 채은은 여느 때처럼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한 기자는 차마 꿈 이야기를 꺼내지는 못하고, 이번 주에도 이 변호사와 만날 수 있는지 물었다.

 

채은은 메모를 남길 테니 오후쯤 이 변호사가 다시 연락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그저 그런 간단한 통화였다. 전화를 끊은 한 기자의 머릿속은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다.

 

1시가 넘은 시간 본관 큰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한 기자는 안행부 사무관인 대학 친구 송한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수야, 점심은?”

 

“밖에서 막 사무실 들어가는 길. 무슨 일 있어?”

 

한 기자는 한수와의 통화에서 최근 일어난 물티슈 건에 대해 설명했다. 이 말에 한수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석아, 너 술 많이 먹어도 별로 흐트러지는 모습은 없는데? 특히 재킷 안주머니에 젖은 물티슈 넣어서 오고 그런 일은 없었잖아?”

 

한수의 말에 한 기자는 지난주 금요일 저녁 이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나눈 둘 사이의 짧은 통화와 그 자리에 있었던 이 변호사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한 기자의 설명을 가만히 듣던 한수는 잠시 말을 끊었다.

 

“정석아, 그 사무실 좀 이상한 것 아냐? 그 변호사는 왜 밤에만 그렇게 열심히 다니지? 오전에는 전화도 안 받고…. 거기 좀 수상한데 아냐? 진짜 변호사 맞는지 확인해볼까?”

 

한수는 이 변호사에 대한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가 활동하는 시간을 물론, 최근 맡은 사건이 없다는 점 등에서 문제점을 하나 둘 짚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 기자는 더 이상 구체적인 대답은 이어갈 수 없었다. 아직 모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칫 이 변호사와의 관계에 금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한 기자는 한수와의 통화를 정리했다.

 

“한수야, 신경 쓰게 해서 좀 그러네. 조만간 국감 끝날 때 즈음에 감자탕에 소주나 한잔 하자.”

 

별다른 해답을 찾지 못한 한 기자는 형 한정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너 요즘 자주 전화한다?”

 

“형 통화 좀 괜찮아?”

 

한 기자의 말에 정수는 걱정이 드는 모양이었다.

 

“왜, 요즘 무슨 일 있어? 지난번 마약이나 최음제 이런 것도 그렇고….”

 

한 기자는 채은을 한의학 관련 인사로 정리해 형 정수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정수 역시 한의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내놨다. 특히 정수는 ‘그 여자 조심해야겠다….’라며 채은을 다그치는 말투로 전화를 끊었다.

 

한 기자는 문득 한의학과 학생인 후배 정재연이 뭔가 젊은 관점을 내놓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재연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때 경찰청에 있는 선배 진의탁 경정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정석아, 통화 좀 괜찮아? 부탁해서 좀 일찍 분석을 했는데…”

 

 

어제 한 기자가 맡긴 물티슈 건에 대해 의탁은 분석 결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마약이나 최음제에 쓰이는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며 다른 상황들을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한 기자는 조금 전 친구 송한수와의 통화에서처럼 최근 만난 이 변호사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설명했다. 이 말에 의탁 역시 이 변호사의 활동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취재도 중요하겠지만, 너무 위험한 일에는 얽히지 말라고 조언하며 전화를 끊었다.

 

기자실로 들어온 한 기자는 여전한 의문점들을 남긴 채 기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때 후배 정재연의 전화가 걸려왔다.

 

“형, 잠시 통화 괜찮아요? 아까 수업 중이라 전화를 놓쳤네요….”

 

한 기자는 재연에게도 채은을 한의학 관련 인사로 정리해 설명했다. 또 한의학에서는 일반적인 물질을 갖고 각성제 등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한지 물었다. 하지만 재연 역시 뾰족한 답은 내놓지 못했다.

 

“형, 한의학에서 쓰는 약재도 결국 물질인데요…. 검출해보면 다 나오겠죠. 저도 아직 배우는 중이라 잘은 모르는데요….”

 

재연 역시 한 기자에게 잘 모르는 약재나 이상한 사람일 수 있다며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주 금요일 밤에 만났을 때 창백한 얼굴은 평소와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고 걱정했다.

 

또 ‘그분 예뻐요? 그래도 뭔가 줄 때는 좀 조심해서 드세요…’라며 너스레를 떨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한 기자는 재연이 나이는 어리지만, 자신을 걱정해서 조금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풀어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기사를 마감하고 잠시 쉬려는 찰나, 노트북 옆에 놓아둔 한 기자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이 변호사였다. 한 기자는 서둘러 전화를 받으며 기자실을 나와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기자님, 이번 주에도 뵙고 싶다고 하셨다고요? 새로 들어온 이야기가 있나요?”

 

한 기자는 술자리 이후 기억이 없어진다는 것과 최근 꾼 꿈 등에 대해 이 변호사에게 이야기했다. 또 솔직히 뭔가 잘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라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수화기 넘어 이 변호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입을 열었다.

 

“한 기자님, 꿈이라는 건 역시 함축된 언어 아닐까요? 술자리에서의 기억이라면…. 과음한 이후 기억이 조금씩 흐려질 수도 있죠. 아무튼, 자주 만나서 얼굴 보며 이야기 나누면 좋죠. 저도 한 기자님 마음에 드네요. 이번 주 금요일 저녁도 시간 괜찮으시겠어요?”

 

한 기자는 이 변호사의 말에 좋다고 답했다.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 변호사는 이번 주에는 좀 더 새롭고 깊은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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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 미스터리 검사(15) - 책의 한 페이지와 차(茶)

 

##한 기자를 찾아온 채은(10월 1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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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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