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짜임새
2012. 8. 21. 01:45ㆍ문화
작은 짜임새
조문식
비오는 저녁, 술을 마셨다 해서 마냥 기억이 지워지겠는가.
비 내리던 그날 밤 귓가에 맴도는 너의 울음소리.
비를 맞으며, 겉으로 웃음 짓는다하여 그날을 잊을 수 있겠는가.
너와 함께 비를 맞던 오늘 같은 여름의 밤.
행복해야 한다, 그 말뿐인 나와 아무 말이 없던 너의 입술.
그 따뜻하던 힘주어 잡은 손을 뿌리치며 난 마음을 닫았다.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그 마음 왜 모르겠는가.
술도 마시지 않은 채, 마치 그날이 다시 온 것처럼.
나는 말없이 돌아섰지만, 마음마저 참았겠는가.
네가 보이지 않을 만큼의 가로등 불빛 아래서.
넌 나를 좋아한다고 했다.
나도 널 좋아한다고 했다.
그날을 잊을 수 있겠는가.
무척이나 뜨거웠던 그날의 비.
그날의 작은 짜임새는 기쁘지 않았다.
단지 마음속의 각인으로 남았을 뿐.
작은 짜임새 속 비오는 날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마음속 깊은 추억에서 꺼내버려야 한다는 것을.
오늘처럼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이면.
(2012년 8월 21일 새벽,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