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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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노트] 정치적 수사(修辭)
백화점에서 구입한 상품이 품질보증 기간에 아이의 가위질로 망가져서 반품해달라고 할 때, 고객에 대한 직원의 대응은 어때야 할까. 우스갯소리로 가장 현명한 표현은 "고객님, 반품해드리겠습니다"가 아닌 "고객님, 아이는 다치지 않았나요?"가 우선이다. 11~12일 국회에서 열린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며 정치적 수사(修辭)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현재 정치권을 보면 청문회에 임하는 국회의원은 때로는 강압적 언어로, 또 한편으로는 구슬리면서 후보자의 의중을 확인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후보자 입에서 수없이 이어진 답변은 "검토해보겠다"로 요약된다. 국정감사 등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표현으로, 여기에 '긍정적' '적극' 등이 붙으면 그럴듯한 답변이 만들어진다. "검토해보겠다", "긍정적으로..
2013.11.13 -
[취재노트] 정치권의 입
얼마 전 국회에 있는 A로부터 의아한 이야기를 들었다. B가 C의 험담을 하더라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당시 그 이야기를 해준 A는 'C가 B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A는 말을 이어가며 "앞과 뒤가 다르게 행동하니 그 사람(B)을 믿지 말라"고 조언했다. B는 졸지에 A와 C는 물론 나의 신용까지 모두 잃은 셈이다. 정치권의 입을 무시한 결과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일들이 끊이질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가 입에서 입을 거치며 새로운 이야기로 확대되기도 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정치적 주적으로 변질하기도 한다. 관찰자인 나에게도 이 정도인데 실제 당사자인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오죽하겠는가. 경남권이 포함된 최근 사례는 지난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후보가 된 두 명의 국회의..
2013.05.23 -
진정한 상생에 대해
어버이날을 맞아 오랜만에 술자리를 피하고 학교에 들렀습니다. 저녁은 구내식당에서 빠르게 해결했습니다. 교수님들도 계시고 후배들도 제법 보입니다. 문제는 동아리방에 아무도 없다는 점! 동아리방이 깨끗하게 정리돼있다는 점은 좋습니다. 분위기도 좋고 해서 오랜만에 사진 한 컷 찍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근처 분식점을 보니 아주머니께서 마감하시는지 음식들을 하나 둘 버리고 계시네요. 출출한 느낌도 있고 해서 “떡볶이 혼자 먹을 정도로 주세요”하니 듬뿍 주셨습니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정말 많네요. 버리면 음식물쓰레기지만 먹으면 든든한 요깃거리겠지요. 이것이 진정한 상생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조문식닷컴
2013.05.08 -
[취재노트]색안경 정치
[취재노트]색안경 정치 아이가 태어나면 안경을 씌우는 나라가 있다. 이 나라는 국토가 황폐한 것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특수한 안경을 개발했고 태어난 아이가 한 해 한 해 성장할 때마다 조금씩 짙은 안경을 바꿔쓰게 한다. 나이가 들어 장년층이 될 무렵이면 안경의 색은 주변의 황폐함을 보고도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 정도로 고도화된 기술을 가졌다. 단순한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한 학생이 학교폭력을 당하자 가해자의 부모는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이를 지켜보는 가해학생의 눈에 우리나라는 힘만 있으면 잘못도 넘어갈 수 있다는 색안경이 씌워질 수 있다. 이렇게 한 해 한 해 지나 성장한 아이가 선거를 한다. 정의나 책임감과 같은 말이 이 아이의 마음에는 그저 주변의 황폐..
2013.04.19 -
[취재노트]삶의 철학
[취재노트]삶의 철학 12일 청와대에서 일할 비서관 구성이 발표됐다. 정치의 흐름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치에 대한 개념은 누군가의 입장이 아닌 시대의 흐름을 보여줬고,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독재정치의 끝자락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역사이고, 그것을 평가하는 이 시대의 정치평론가들 역시 현 시대의 역사를 정치라는 단어 속에 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시작을 보며 삶의 철학을 생각한다. 누군가의 의견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철학은 다양한 논리 속의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는 무언가에 대한 고민을 철학이라는 단어 속에 내포하며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다. 국정철학. 그 논리 속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와 경제에 대한 고민이 담기고, 이어 정치라는 큰 틀로도 이어진다. 새 시대의 정치라고들 한다. 대선..
2013.04.19 -
[취재노트]정당공천제 폐지의 그늘
[취재노트]정당공천제 폐지의 그늘 2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지방의원 및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남은 전체 16석 중 새누리당이 15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 4~5일 조사결과 세부 의견은 엇갈리게 나타났다. 새누리당 경남 의원들은 지방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는 찬성 의견이 많았지만,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은 여전히 의견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의중을 의식해 19대 국회에서 정당공천제 폐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 많았다. 박 당선인이 지난해 정치쇄신 공약 발표를 통해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에는 찬성으로 기우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차이가 있다. 정치권 내부에는 ..
2013.04.19 -
[취재노트]박근혜 당선인과 국제관계
[취재노트]박근혜 당선인과 국제관계 박근혜 당선인은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발돋움했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인계 작업에 차질이 없도록 지시하는 등 국정 누수 방지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역대 정권을 살펴보면 우려도 여전하다. 한국은 대통령이 바뀌고, 자리를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군사정권과 독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여야의 정권교체 역시 정치권을 흔들며 문제를 보이곤 했다. 최후까지 명예로운 대한민국 대통령은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중국의 정권교체는 교훈을 남겼다. 지난 2002년 말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뒤 10년간 중국을 이끌어 온 후진타오 국가주석 체제에서 중국은 일본과 독일 등을 제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명성을 국제사회에..
2013.04.19 -
[취재노트]정치 기득권 속 안철수 효과
[취재노트]정치 기득권 속 안철수 효과 어떤 이유에서든 안철수 전 후보는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제18대 대선 후보등록 전까지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문재인 후보가 단일후보로 자리 매김한 가운데 우리는 과연 안 전 후보가 민주통합당보다 세력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후보등록을 포기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역대 대선에서 유력한 대권 주자로 떠올랐던 제3후보들은 11월 중순께 지지율 하락을 맞이하곤 했다. 정치공학적으로 따져보자면 안 전 후보의 사퇴는 지지율 고민과 룰 협상 과정의 유·불리 분석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안 전 후보는 기존 세력의 붕괴 이전에 전격 사퇴라는 민감한 카드를 꺼내 정치·사회적 입지를 유지시켰다. 안 전 후보는 사퇴를 통해 '대승적인 결단'을 할 수..
2013.04.19 -
[취재노트]'정책' 아닌 '생각'만 내놓는 대선후보
[취재노트]'정책' 아닌 '생각'만 내놓는 대선후보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이른바 빅3 대선 후보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후보들은 정치개혁과 통합, 서민복지, 경제민주화 등을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몰두하지만, 실효성의 의문은 떨치기 어렵다. 대선 후보 행보는 대중의 관심과는 동떨어진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면하기 힘든 모습이다. 한국은 낮아지는 출산율로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다가오는 미래에 일할 젊은 층은 줄어들고, 복지 부담은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자살률은 OECD국가 가운데 최고로 꼽힐 정도로 사회는 삭막하다. 쪽방촌 등에는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존재하고, 젊은 사람들은 보육과 교육에 대한 금전적 부담 등을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고민하고 있다..
2013.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