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쓰는 기사

2010. 7. 31. 15:55조문식과 함께하는 논술

스토리텔링 기사쓰기

조 문 식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해 봤을 것이다. 어떻게 써야 재밌을까. 기자들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어떻게 써야 독자들에게 흥미를 줄까!

그렇다고 없는 팩트를 만들어 낸다면 소설이다. 독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기자도 보고, 듣고, 느낀것을 가감없이 써야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와의 관계, 주변과의 관계 등 복잡한 상황까지 고려해서 기사를 쓰면 읽는 사람은 분명히 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오늘은 스토리텔링형 기사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유연함이다. 정형화된 기사작법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마치 친구에게 이야기하듯이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면 얼마든지 형태를 바꿔가며 쓸 수 있다.

마치 스트레이트 기사를 쓰듯이 피라미드형이니 역피라미드형이니 따위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언제 어디서든 구성은 바뀔 수 있다는 유연한 사고가 스토리텔링식 글쓰기의 바탕이다. 일단은 리드(기사의 첫 문장)가 중요하다는 점을 기본으로 글쓰기를 시작해 본다.

1. 팩트의 중심에 인물을 두자.

어떤 사실이나 사건에 대한 전개가 인물중심으로 이뤄지면 기사는 더 생생하고 풍부해진다. 역으로 독자는 기사에 나오는 인물에 몰입할 수 있고, 기사 속 인물이 된듯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이는 모든 주제를 인물을 통해 드러나게 하는 기사의 최대 장점이라 하겠다.

단, 너무 인물이야기로만 빠져 사실을 놓친 경우라면 스토리를 보강해 주면 되니 걱정할 필요 없다. 글쓰기에 앞서 걱정을 해 버리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추신) 죽은 사람이라도 인터뷰를 할 수 있다. 이는 식상한 것이 아니라 창의력의 표현이다. 당신이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 방법은 학습에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골랐다고 치자. 일단 책의 줄거리, 즉 대강의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어려운 단어나 전문용어에 관해서 따로 모은 후 정리한다. 이순신 장군이 살아있다고 가정하고 책 내용을 참고하면서 질의와 응답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이는 사회기사에 접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문화기사에서는 좋은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자신의 글 실력이 좋다면 사회기사에도 쓸 수 있겠다.

2. 장면이 아닌 휴머니티를 담자.

카메라와 동영상으로 생생한 장면을 담을 수는 있지만, 휴머니티를 담기는 힘들다. 기자가 직접 현장에 가서 눈이 아닌 가슴으로 느낀 생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취재원과의 소통, 독자와의 소통 모두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는 독자에게 '말하기'가 아닌 '전달하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보면 된다.

제목을 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마치 시를 읊듯이. 제목에서 느끼는 감동이 기사 속에 녹아 나고, 기사의 휴머니즘이 다시 제목을 통해 느껴지는 것. 기사를 한 번 읽은 독자가 다음에 제목만 다시 봐도 마음으로 그 내용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기사. 그것이 스토리텔링 기사의 핵심이다.

3. 방송 등에서 다루기 힘든 '깊이'를 느끼게 하자.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매체의 다양화가 실현되고 있다. 이들 모두 언론이긴 하지만 각자 걸어야 할 길이 조금씩은 다르다고 본다. 방송 뉴스에서 다뤄지는 정도의 깊이에 실망한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걸자. 스토리텔링 기사라면 가능하다.

날씨 좋은 주말, 그저 드라마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거실 의자에 앉아 편의점에서 구입한 신문 한 부를 읽는 독자를 생각해보자. 마치 단편소설을 읽듯이 찬찬히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기사를 내가 썼다면, 또 내 기사를 보기 위해 신문을 구입했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 아니겠나.

4. 본격적인 스토리텔링 기사쓰기.

기자가 본 모든 것은 일단 팩트가 된다.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에서 내림. 정보통신부 건물을 지나 마을버스 정류장에 멈춤. 11번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10여명 보임. 주말이라 그런지 정장을 입은 사람은 찾아보기가 힘듦. 경복궁 민속박물관으로 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재밌음'.

마치 범죄수사관이 범죄현장을 스케치하듯 상세한 상황인식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섬세한 성격도 도움이 된다. 이는 스토리텔링 기사의 기본 재료가 된다. 이런 식의 메모와 녹음, 장면에 대한 사진 촬영 등은 기사의 리드를 잡는 데도 용이하다.

5. 스토리텔링 기사작성 방법.

1) 왜(WHY)
독자는 논픽션(non-fiction story)을 원한다. 독자를 기사의 현장에 오고 싶어 하도록 만들어라.

2) 어떻게(HOW)

(1)리드는 진열장에 놓인 상품의 데코레이션 이상이다. 시선을 한 번에 끌지 못하면 독자는 지나쳐간다. 이를 위해 주인공의 주변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주인공이 머무는 거처로 가는 과정, 집의 입구, 책상이나 거실, 주인공의 눈빛, 머리모양, 복장, 안경 등 외적인 요소 가운데 주인공을 나타내기 좋은 소재가 있을 수 있음을 간파하자. 여기서 느낀 기자의 첫 판단이 기사라는 드라마의 세트로 만들어진다. 여기로 독자들을 초대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2)리드가 잡히면 글의 전개는 순조롭다. 독자에게 정보를 전하려 하지 말라. 그저 친한 친구처럼 정보에 대해 이야기(말)하면 된다. 독자는 주인공의 복잡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고 이를 이겨내는 모습을 좋아한다.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여기에 포인트를 맞추면 좋은 기사가 된다. 특히 역피라미드(앞부분에 기사의 요점을 요약하는 방식)형식을 버리자.

3)마무리(END)
기사를 넘기기 전에 큰 소리로 읽어보자. 이는 기사를 점검함과 동시에 기자 자신도 독자로 돌아가 글을 평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